강원트리엔날레 로고

overview

전시개요

  •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 포스터

    전시 개요

    2018 트리엔날레 전시 개요
    전시명 강원국제비엔날레2018」(GANGWON INTERNATIONAL BIENNALE 2018)
    전시주제 악(惡)의 사전(辭典) / The Dictionary of Evil
    전시기간 2018. 2. 3(토) ~ 3. 18(일) / 44일간
    전시장소 강릉시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일원
    참여작가 23개국 58팀, 110여 작품
    예술감독 홍경한
    주최/주관 강원도, (재)강원국제미술전람회민속예술축전조직위원회
    후원/협찬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교육청, 강릉시, G1강원민방, 강원일보사, 강원도민일보,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삼성더프레임, LG전자, 강촌레일파크, 아이더치, KT&G상상마당

    예술감독

    홍경한 (Hong Kyoung-han)

    홍경한 예술총감독은 월간 미술잡지 ‘미술세계’ 편집장을 비롯해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 월간 ‘경향아티클’ 편집장 등을 역임한 저널리스트 출신의 미술평론가이다. 현대미술에 대한 식견과 경험, 현장 감각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홍 총감독은 대림미술관 사외이사, 국립현대미술관 정책자문위원,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 서울시 미술관·박물관 등록 심의위원 등으로 국내외 미술계에서 폭넓은 활동을 해왔다.

    행사주제 : 악(惡)의 사전(辭典) / The Dictionary of Evil

    • 비엔날레를 비롯한 국제행사들의 특징은 급진적일 뿐만 아니라 낯선 방식으로 현대미술 담론을 이끄는 주요 무대로 기능한다. 국가와 인종, 예술장르의 한계를 뛰어 넘는 미술흐름을 보여주고,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할 가치에 대해 논한다. 이와 같은 개념은 단순히 지역 미술인들의 헤게모니(hegemony) 혹은 진부하고 무능한 감수성을 내뱉는 지역 문화행사의 퇴행적 관행과는 결이 다르다.

    ‘악의 사전’(Dictionary of Evil)

    • 인간의 본성은 피하지 못한 경험의 상황에 직면할 경우 정신과 육체의 존재를 개개인 각각 무형질의 공간으로 영원히 추방하고 망각시킨다. 고의든 아니든 경험의 상황을 외면할수록 존재의 무기력을 다시금 자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사회적 질료 안에 똬리 튼 악(惡)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방임한다. 따라서 역사적, 비극적 경험과 상황에 대해 조형화한다는 건 일시적 성질, 혹은 하나의 단면적 현상으로 흘러가는 불편한 시대에 관한 저항이며 어떤 불행하고 괴이한 조각들을 영원이 과거로 귀납시키는 것에 대한 이의제기이다. 이처럼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의 주제인 ‘악의 사전(The Dictionary of Evil)’은 ‘악(惡)’이라는 단어가 전달하는 부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자행된 비극적 경험을 투사하는 실제화 된 주제로써, 더 이상 집필하면 안 될 공통의 비극적 ‘경험’과 ‘상황’을 사전의 한 페이지로 기호화한 명사이다. 국내외 60여 작가 100여 작품들은 바로 그 ‘경험’과 ‘상황’에서 비롯된 내?외상(경험의 외상: 시각, 인지, 사고, 결과 / 내상의 경험: 주체, 자아, 실존)을 관통한다.
    •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의 주제인 ‘악의 사전(The Dictionary of Evil)’은 선의 결핍이라는 종교적 윤리학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도덕적 의식에 반하는 우리 사회 속 특수하거나 보편적 악을 끝없는 현재로 추념(追念)하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 노력은 예술언어를 통해 사회 내 예술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질문해온 예술가들의 책무와 비엔날레의 기본적인 역할을 바탕으로 한다. 양심과 방심이 교차하는 당대의 문제들 앞에서 인류가 함께 해야 할 ‘예술적 필요’를 전략적으로 보여줌과 더불어 오늘날의 미술이 언급해야 할 이슈는 무엇이고 담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가장 현실적인 관점에서 논의한다. 그 구체적 실현성은 화합과 상생, 평등과 평화, 인본주의에 입각한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현상을 관통하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현실 생태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고의적, 의식적으로 예술의 맥락에서 풀어냄으로써 인류가 나아갈 방향 혹은 길은 무엇인지를 자문하는 데 있다.
    • 전시는 현대사 100년의 역사를 하나의 ‘사전’으로 상징화하되, 멈춤, 정지가 아닌 순환성을 뜻하는 ‘뫼비우스의 띠’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이 시공 내에서 작가들은 그동안 다양한 이유로 자행되어 온 선의 결핍, 악의 행태, 재난과 재앙의 역사를 성찰하고 고찰한다. 인류 거소(居所)로서 불충분해지는 지구환경변화를 비롯해, 이 시대 가장 강력한 권력인 자본주의시대에서 인간이 겪는 실질적, 개념적 이주와 탈주,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배경 아래 자행되는 다양한 폭력과 쇼비니즘(chauvinism, 배타적 애국주의), 갈수록 거세지는 이기주의와 순혈주의, 그 어느 때보다도 견고해진 신계급주의와 신제국주의,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전쟁과 난민, 유한계급과 생산노동계급의 갈등, 생물학적 차이가 차별이 되는 사회 등, 인류의 공영과 공존에 부합하지 못하는 악행의 표정을 작가의 시각에서 거시적 혹은 미시적으로 되짚는다.
    • ‘악의 사전’은 ‘악의 나열’과 구분된다. ‘악의 사전’은 ‘악’으로부터의 역사 앞에서 더 이상 악에 대해 집중하지 못할 때, 그리고 ‘악’이 ‘초악적’(악의 보편성으로 인해 악을 악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으로 변형되어 인본주의와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않을 때, 그 악에 의해 발생하는 어떤 상황(불명확하거나 명확한 사건에 희생되는 익명의 주검들)을 기술하여 사유와 인식재고가 목적이지 단지 악의 형태를 시각화하는 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외형상 ‘악의 사전’은 ‘악’에 대한 (작가마다 다른 형식의)서술임과 더불어 악에 관한 시각예술이며, 텍스트로써 번역되지 못하는 이미지의 기술이다. 악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어떻게 재현 가능할 수 있는지를 예술가의 입장에서 자문하는 것이자, 우리가 늘 겪고 있는 비자각의 현실, 무감각하게 환대 받는 고통으로부터 이탈해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본주의(humanism)

    •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의 주제인 ‘악의 사전’은 두려움, 공포, 분노, 애도를 비롯해 마주할수록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역사와 현실,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다룬다. 하지만 ‘악의 사전’은 흔히 오판할 가능성이 있듯, 악의 시각적 전유화, 즉 악의 시각화로 인한 타인의 아픔을 재현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그 보단 인류공통의 문제아래 실종된 생명의 가치, 악화되고 있는 삶의 질과 사회 붕괴, 자본에 의한 인간 존엄성 훼손과 불평등 등, 이미 본성의 질에 대한 예민함을 상실해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는 어떤 현실적 ‘악’으로부터 비롯된 상황과 사건들을 돌아보며 일상 속에 파고든 비일상의 일상에 대한 의심(공포와 두려움, 비자발적 유동의 일상)을 연계하는 것에 가깝다. 이는 추상화 또는 관념화할 대상이라기 보단 ‘건강한 사회를 향한’ 직시해야할 실제이며, 외면이 아닌 예술가의 관점으로 건져 올린 실체일 뿐, 선정적 이미지나 포르노적 시선-관음화 된 표상체계와는 다르다. 또한 기계적 휴머니티가 아닌, 인식의 변화에 자극을 전달하기 위한 불편한 제시어이며 종국엔 성찰의 지성이 나아갈 방향성 검토를 종착지로 삼는다.
    • 궁극적으로 ‘악의 사전’이란 제목의 이 전시가 지향하는 지점은 인간다움, ‘인간가치’에 대한 물음이다. 즉 인본주의(humanism)와 틀을 같이 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악의 사전’에는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모든 삶을 보호할 수 있는 공동의 선(善), 결핍의 선에 관한 국제적-예술적 대화를 ‘강원국제비엔날레’를 통해 고찰하자는 의도가 배어 있다. 인류에게 주어진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시간과 인간의 이성과 양심 등에 기반 한 ‘인간본성 회복’에 무게를 둔 모든 도덕적이고 사회적이며 몰개인적 관심도 동일한 영역이다.
    • ‘악의 사전’은 화합과 상생, 평등과 평화, 차이의 극복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베이스로 하며, 그 정신을 상상계가 아닌 현실로 확장해 소환한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대척되는 지점이 아니라 올림픽정신의 발화점인 ‘인간주의’를 연계하며, 시각예술을 통해 다양한 민족·문화권 구성원들이 공존하는 사회, 사려 깊게 배려하고 양보하며 관심을 두는 이타적인 삶과 관계된다. 다시 말해 주변인들의 아픔과 어려움, 환란의 역사를 함께 공유하고 존중하며 공명할 수 있는 ‘인간가치 실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강원국제비엔날레에서는 이를 역설적으로 접근하고 있을 뿐, 종국엔 보다 밝은 미래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기원은 우리가, 우리 손으로, 지금 더불어 만들어가야 함을 말하고 있다.

    전시구성

    • 내상의 경험과 기억

      내상(트라우마)을 끌어안은 경험은 스스로 인간 정신과 육체의 존재를 망각하고 오늘 이후를 무형질의 공간으로 영원히 추방시킨다. 경험을 외면할수록 우린 존재의 무기력을 다시금 자각하며 점점 더 경험과 기억의 원형에 가까이 다가선다. 따라서 내상의 경험에 대한 조형이란 일시적 혹은 하나의 단면적 현상에 관한 필연적 저항이며, 어떤 불행하고 괴이한 기억과 경험의 조각들을 과거로 귀납시키는 것에 대한 이의제기이다.
    • 의심의 긍정성

      예술은 세상에 대한 ‘반응’이고 드러남, 외면을 인정한 내적 투시로서 비일상적 행태가 만연한 일상을 긍정적으로 의심한다. 그렇다고 의심의 긍정성을 포박한 비엔날레가 선정적 이미지를 도포하는 무대이거나 기계적 방법론으로 일관되는 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식의 변화에 자극을 전달하기 위함이며 미술이 우리 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비엔날레를 통해 성찰의 지성이 어떤 지점에서 적절히, 효과적으로 발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인본주의와 인간가치

      타인의 고통을 재현의 대상으로 삼거나 고통을 재현하는 것, 또는 어떤 형식으로든 시각 결과물로 옹립된다고 할 때 그것을 단편적 시선으로 해석하는 건 일차원적이다.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은 시들지 않는 자의식, 어쩌면 이미 불타버려 흔적만 남은 심리적, 정신적 잿더미 위에 재소환 되어야 할 건강한 의지를 공유-공명하고, 온갖 부당한 것들에 대한 저항의 서사가 배경인 한 관음화 된 표상체계와는 거리를 둔다.
    • 예술의 책무와 역할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의 주제인 ‘악의 사전’은 역사적, 경험적 악으로부터 침탈된 약자들의 취약성, 소수자, 소외자를 위로한다. ‘악의 사전’은 실존의 위협을 포함해, 난민, 전쟁, 기아, 재앙의 환경, 소외 등을 거처로 삼는다. 그것은 예술의 임무이자 방기하지 않아야할 예술의 책임이다. 그리고 이는 그 누구도 독립적 타자성의 획득불가능성에 관한 진중한 메시지일뿐더러 ‘강원국제비엔날레’가 무엇 때문에, 왜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제안이다.